아카데미즘, 과거의 유물일까, 살아있는 역사일까?

쿤스(Koons, Jeff/1955~/미국) 진부함Banality 시리즈-마이클 잭슨과 버블스(도자기/106.7×179.1× 82.6cm/1988년/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삼각형 구도, 이탈리아 고급 도자기 기술을 활용하며 아카데미즘의 이상화된 전통과 대중적인 우상이라는 키치적인 요소를 결합하여, 예술의 권위와 대중 예술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18세기 유럽 제국 양식을 모방한 금빛 조각상은 화려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신화나 종교적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을 차용하여 당대 최고의 팝스타와 그의 애완 동물 버블스를 표현함으로써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카데미즘(academicism)은 고전적인 전통과 규범을 중시하는 태도나 경향을 의미하며, 이는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철학, 과학, 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적용된다. 미술에서는 고전적인 기법과 주제를 중시하며, 특히 16세기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예술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던 전통적인 양식을 따르는 경향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19세기 완성된 아카데미즘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마주한 예술계의 시스템,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살아있는 역사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카데미즘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기원전 4세기에 아테네 근처에 설립한 철학 학교 ‘아카데미아(Akademia)’에서 비롯된다. 이 학교는 아테네의 영웅 아카데모스(Akademus)의 이름을 딴 정원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아카데미아’라고 불렸다. 플라톤 사후에도 약 900년 동안 지속된 이 학교는 서양 철학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후 아카데미아는 학문과 교육, 특히 고전적인 학문과 교육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고, 르네상스 시대 이후 유럽 각지에 설립된 예술 아카데미를 통해 예술 분야에도 그 개념이 확장되었다. 따라서 아카데미즘은 서양 지성사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 전통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현대 예술의 뿌리 이해
· 기법적 토대: 오늘날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 작품들이 탄생하지만, 그 기저에는 아카데미즘에서 중시했던 드로잉, 해부학, 원근법 등의 기본기가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 미술 교육의 근간: 아카데미즘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은 현대 미술 교육 기관의 근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 교육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 반응과 극복의 대상: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 수많은 미술 운동들은 아카데미즘의 보수성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다. 아카데미즘을 이해함으로써 현대 미술의 다양성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2. 예술을 보는 다양한 관점 확립
· 비판적 사고: 아카데미즘이 중시했던 가치와 한계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예술 작품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담긴 시대적 맥락, 권력 구조, 예술가의 의도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 다원적 가치: 아카데미즘은 ‘고귀한’ 주제와 ‘숭고한’ 표현만을 강조하며, 다른 예술적 가치들을 배척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다.
3. 현재 미술계 시스템에 대한 성찰
· 권위와 제도: 아카데미는 당시 미술계의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고, 이는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작품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특정 기관이나 시스템이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 성공의 기준: 아카데미즘은 살롱 전시, 그랑프리 수상 등 성공을 위한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적 성공의 의미와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 예술과 사회의 관계 고찰: 아카데미즘은 당시 사회의 이념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예술가에게는 어떤 사회적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 새로운 가능성 모색: 아카데미즘의 경직성을 극복하고자 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의 노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사회적 통념에 순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저항해야 하는가? 예술을 통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아카데미즘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미술의 기반을 형성하고, 새로운 해석의 대상이 되며, 미술계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도구로 활용되는 살아있는 역사이다. 아카데미즘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현대 미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미래의 예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Buonarroti/1475~1564/이탈리아) 피에타(대리석/174×195cm/1498~1500년)
죽은 예수를 앉고 있는 성모 상인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유일하게 서명을 남긴 작품으로 고전미술의 전형으로 꼽힌다. 인간의 비극적 감정과 초월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며, 신성함과 인간적 고통의 조화를 완벽히 표현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작성
(前)미진사 본부장 최진선
참고 자료 및 출처
강영주 외, 『서양 미술 사전』, 미진사, 2015년
https://whitney.org/education/schools-educators/k-12/teaching-materials/teacher-guides/jeff-koons
https://www.thecollector.com/michelangelo-sculpture-expla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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