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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판에서 빅터 파파넥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안전하지 못하며, 경박하고, 무익한 제품들에 대항하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디자이너들의 도전을 검토하면서 초판에 이어 다시 한 번 자원과 에너지가 부족한 이 세계를 위한 디자인, 사회적이고 생태학적인 책임감을 갖는 디자인에 대한 청사진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초판 서문
제2판 서문
1부 디자인의 현재
1.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2. 집단 학살
3. 고상한 속물의 신화
4. DIY의 위험
5. 우리의 크리넥스 문화
6. 만병통치약과 수면제
2부 디자인의 미래
7. 이유 있는 반항
8. 지식의 나무
9. 디자인의 책임
10. 환경 디자인
11. 네온으로 된 칠판
12. 생존을 위한 디자인과 디자인을 위한 생존
초판 역자 후기
제2판 역자 후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빅터 파파넥은 이 책을 크게 둘로 나눠, 1부에서는 현재 디자인의 실상에 대해, 2부에서는 미래 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해 다룬다. 그는 처음(1장)과 마지막(12장)을 자기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로 시작하고 있다. 디자인이란 모든 인간 활동의 기본이며 그러므로 우리들 모두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삶과 분리된 디자인은 삶의 모체라는 디자인의 본래성을 거스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디자인이란 ‘의미(meaning)’ 있는 질서를 만들어 내려는 의식적이고 직관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파파넥이 보기에 현대 사회에 와서 이러한 것들은 잊혀졌거나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즉 삶에서 오는 절실한 요구(needs)에 반응하는 디자인은 배제된 채 ‘의미’ 없는 디자인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의미’ 없는 디자인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파파넥은 이 책을 서술해 나가면서 그런 무의미한 디자인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거침없이 비판한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먼 과거로 돌아간다. 구석기 시대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분야들로 이루어진 작은 사냥 집단의 일원으로 수렵생활을 하며 이곳저곳을 활발히 누비고 다녔다. 간단히 말해 그 당시 사람들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방면의 지식을 가진 사람]였다. 하지만 인류는 농경생활을 통해 정착하게 되는 신석기시대를 맞이하면서 자연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며 배우는 것을 버리고 (농경에) 필수적인 ‘전문화’된 기술을 습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늘날을 지나치게 전문화된 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그렇게 전문화된 영역들은 고립되었고 다른 영역들과의 소통이 단절되었다. 파파넥은 이렇게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에 초기 수렵인들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즉 인류는 다시 한 번 제너럴리스트가 필요로 하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초기 수렵인들의 감각을 일깨워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는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수직적으로 전문화된 여러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주어 그들 간의 수평적인 교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한데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이가 디자이너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통합조정자(synthesist)가 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디자인 교육도 좁고 수직적인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아닌 넓고 수평적인 제너럴리스트를 길러내는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전문화된 좁은 영역에 함몰되지 않게 되고 이 세상을, 가깝게는 우리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실이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눈을 돌리지 말고
이 세상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라.
그러한 사회적 관심은 지금 당장 디자인이 절실히 필요한 것들(그리고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보이게 해주며, 디자인이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이 현실 세계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책임감을 심어준다.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디자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고 묻게 하는 것이다. 파파넥은 이 질문에 에둘러가지 않는다. 그는 그 동안 디자인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던 곳, 전세계적으로는 제3세계를 위해, 사회적으로는 우리들 주변에 있는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생각해왔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들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다. 이런 일들은 매력적이지 않으며 영광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들은 눈감아 버린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며 언젠가는 다시 눈앞에 닥쳐올 것이기 때문에 이 땅의 디자이너들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