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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사운드』는 궁극적으로 사운드가 현대미술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갤러리 공간 내에서 오브제나 시각 이미지 못지않게 사운드를 얼마나 고심하여 다루고 있는지를 살핀다. 동시대 미술은 사운드를 포함하고, 사운드를 수용함으로써 갤러리 미술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확장하며, 갤러리와 예술에 다가가는 방식을 훨씬 더 풍부하고 ‘인간적으로’ 변화하도록 이끈다. 온갖 소리로 가득한 갤러리를 통해, 보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호기심 가득한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지은이 케일럽 켈리 Caleb Kelly
뉴질랜드 출신의 큐레이터, 비평가, 교육자.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동시대 미술에서 소리와 소음 등 사운드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갈라진 매체: 오작동의 사운드 Cracked Media: The Sound of Malfunction 』(2009), 『사운드 Sound 』(편저, 2011), 그리고 이 책 『갤러리 사운드 Gallery Sound 』(2017)가 있다.
옮긴이 배혜정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시립미술관, 한국만화박물관, 페리지갤러리 등에서 미술계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21년 동 대학원에서 『매체 예술 경험에서의 신체성을 통한 예술과 사회의 정동적 횡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단국대학교 부설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서로 『1980년 이후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의 지도 그리기』(2020)가 있으며 「현대미술의 비인간-되기와 정동 연구: 홍이현숙의 근작을 중심으로」 외 다수의 논문을 썼다. 예술과 사회, 기술의 접점에서 감각하는 신체들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옮긴이 지가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현대미술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의 (반)아카이브적 수행성 지형도 그리기: 시지푸스의 반복과 실패’라는 주제로 시각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현직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 작품복원가, 연구자로 구성된 비영리 연구단체 미팅룸(meetingroom.co.kr)의 아트아카이브연구팀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객원교수이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2021)가 있다.
감사의 글
추천의 글
서론
a. 시각예술을 듣는다는 것
b. 소리의 맥락
제1장.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 48
a. 침묵과 텅 빔 50
b. 침묵 53
c. 감각하는 감각: 로버트 어윈과 제임스 터렐 57
d. 통합된 감각의 상황: 마이클 애셔 65
e. 청각의 설계: 브루스 나우먼 71
f. 영속되는 음악: 라 몬테 영 88
g. 반향하는 공명: 앨빈 루시어 101
제2장. 갤러리의 소음 113
a. 소란스러워진 미술관 113
b. 조정과 개입: 마르코 후지나토 122
c. 수용된 노이즈 133
d. 사회적 사운드 137
e. 걷기와 듣기 146
제3장. 음악의 갤러리 169
a. 반(反)환영: 스티브 라이히와 필립 글래스 173
b. 오프사이트와 임퍼머넌트.오디오:
실험적이고 즉흥적인 187
c. 미술이 된 음악 194
주석 219
옮긴이주 223
도판목록 228
참고문헌 230
찾아보기 237
번역후기 242
갤러리에서 사운드의 존재와 그에 관한 비평의 계보
사운드를 향한 동시대 미술의 열렬한 관심에 응답하다
‘숲에 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다.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나무가 쓰러지면서 소리를 냈다고 할 수 있을까?’ 음악학자 니나 선 아이드샤임는 이를 두고 나무가 쓰러진 소리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쓰러진 나무에 놀라 날아간 새의 날갯짓 소리, 부옇게 이는 먼지, 쓰러진 나무 근처에서 일어난 온갖 현상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드샤임의 문답은 ‘오로지 하나의 신체 감각의 관점에서 하나의 감각 경험을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그 사건의 복잡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없다’는 문장으로 귀결한다.
현대미술은 시각을 넘어 비시각적 예술로,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사용하고 비선형적 시간성을 포괄하며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비물질의 영역까지 나아간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작품을 마주하던 화이트 큐브에서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전하는 셈이다. 저자는 온갖 예술의 실천을 담아내는 동시대 갤러리를 사운드 탐색의 장(場)으로 살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오디오가 어떻게 아트 갤러리에서 잠재력을 발휘해 왔는지, 그리고 갤러리가 정말로 음악적일 수 있는지를 되물으며 사운드아트와 관련된 기존 논의의 초점을 뒤집는다. 사운드는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므로 사운드를 위한 특별한 범주는 필요치 않다며, 미술 작품이 눈으로 보기뿐 아니라 듣기를 요청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나아가 ‘시각예술 듣기’를 통해 미술과 늘 함께였던 청각이라는 감각과 청각적 이미지, 청각 환경을 다시금 일깨우면서 갤러리라는 공간의 물리적, 사회적 특성과 그 역사, 미술계(미술 제도) 내 사운드의 수용력의 변화 과정을 짚어낸다.
『갤러리 사운드』에서는 명쾌한 논리를 통해 온갖 소리로 가득한 갤러리를 미술의 기본 조건으로,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미각의 관점에서 동시대 예술을 경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예술 현장으로 소개한다. 시각적으로만 접근해왔던 기존 작품들에 대한 해석과 비평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다중감각에 호소하는 동시대 작품들을 경험하는 방식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한다.
다채로운 소음의 컨테이너,
음악과 탐구와 전시의 매체로써 존재하는 예술 현장으로서의 갤러리
이 책은 서론과 부록을 제외하고 총 세 장의 본문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에서는 화이트 큐브에서 벌어진 초창기 사운드 실험과 그 방향을 살핀다. 저자는 미술이 순수하게 시각적인 것이라는 가정에 반문하는, 감각과 경험에 기반한 작품들을 모더니즘 갤러리에 대한 비평의 맥락에서 다룬다. 로버트 어윈, 제임스 터렐, 마이클 애셔, 브루스 나우먼의 작품을 통해 소리의 편재성을 환기하면서 예술 체험뿐만 아니라 세계를 둘러싼 우리의 경험에서 소리가 하는 역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브루스 나우먼, 라 몬테 영, 앨빈 루시어의 작품을 통해 빈 갤러리 공간에 소리를 들여온 과정을 둘러본다.
제2장 “갤러리의 소음”에서는 소음으로 취급되지만 최근 예술 활동에서 활용되는 사운드 작업을 다룬다. 갤러리로 돌진하듯 공간을 덮친 비행기 착륙 소리, 화이트 큐브에 지나치리 만치 크게 설치된 사운드 시스템에서 쇄도하는 시끄러운 소리, 유명인사들이 전시 오프닝에서 와인잔 너머로 주고받는 미술계의 가십 등이 그것이다. 예술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위한 작품들과 군중의 소리로 가득 차 있는 동시대 갤러리에서의 소음을 새로이 정의하며 마르코 후지나토, 쿠섬 모노일 등의 작품을 다루는 한편, 스즈키 아키오, 라그나르 캬르탄손, 재닛 카디프 등의 작품을 통해 사운드워크를 통해 전시 공간 내외부와 소통하는 상호작용에 대해 함께 소개한다.
제3장 “음악의 갤러리”에서는 음악 공연과 갤러리의 관계와 교류를 살핀다. 음악 공연이 미술관의 환경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지, 미술관은 음악 공연으로부터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가로 범주를 확장해 나아간다. 제3장에서는 1960년대 후반에 열린 《반환영: 과정/물질》전과 필립 글래스와 스티브 라이히의 전시, ‘임퍼머넌트.오디오’와 ‘오프사이트에서의 만남’을 비롯해 갤러리 공간에서 선보이는 동시대 예술의 사례를 관찰한다.
『갤러리 사운드』는 궁극적으로 사운드가 현대미술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갤러리 공간 내에서 오브제나 시각 이미지 못지않게 사운드를 얼마나 고심하여 다루고 있는지를 살핀다. 동시대 미술은 사운드를 포함하고, 사운드를 수용함으로써 갤러리 미술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확장하며, 갤러리와 예술에 다가가는 방식을 훨씬 더 풍부하고 ‘인간적으로’ 변화하도록 이끈다. 온갖 소리로 가득한 갤러리를 통해, 보다 다채로운 경험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호기심 가득한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