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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건축을 아우르며 인문, 사회, 예술, 공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관점으로 탁월한 해석을 선보여온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의 신간이다. 『서울건축사: 건축으로 읽는 629년의 사회문화사』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라는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물을 통해 조선,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해방공간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건축의 629년 역사를 건축적 의의, 사회문화적 맥락, 역사적 중요성 등에 따라 소개한다. 저자는 삼국시대부터 치열한 이권 다툼이 벌어졌던 서울이 오늘날의 모습에 다다르기까지 어떠한 변천을 겪어왔는지에 주목한다. 1부 조선시대, 2부 근대기, 3부 현대기로 나뉜 각 부를 저자가 새로이 분류한 연대기로 재구성하였으며 고심하여 선정한 시기별 대표 건축물과 함께 엮어 풀어냈다.
한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는 공간사가 매우 중요하다. 도시가 형성되고 진행되어온 모든 역사를 압축하고 집결한 요약판이기 때문이다. 더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감히 표현하자면 서울을 중심으로 변천하고 발전해왔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한 이래 오랫동안 정치 활동의 중심지로 자리해왔으며, 특히 20세기를 전후로는 경제와 사회문화의 중심지로 급부상하여 나라의 현재를 반영하는 상(象)으로 여겨져왔다. 이에 서울이라는 공간의 역사를 살피는 일은 곧 대한민국이 발전해온 역사를 살피는 일과도 맞닿는다. 저자는 한양 정도와 궁궐, 종묘사직, 성곽, 왕릉 건설을 통해 조선이 어떠한 가치 및 사상을 건축에 담아냈는지, 개화기-일제강점기-한국전쟁 이후 재건-경제성장과 민주화 과정에서 시대적 요구가 어떻게 건축을 통하여 드러났는지, 소비자본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거치며 현대 건축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등을 풀어낸다.
임석재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프랑스 계몽주의 건축에 관한 연구로 건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학자이자 건축가로, 1994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축을 소재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로 저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만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건축을 인문학과 예술 등과 연계, 융합시키며 독특한 학문 세계를 일구었다. 2022년 현재 60여 권에 이르는 단독 저서를 출간한 다작 저술가이기도 하다.
대표 저서로 『임석재 서양건축사』(2013, 전 5권), 『예(禮)로 지은 경복궁』(2015), 『한국 건축과 도덕 정신』(2016),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2011), 『서울, 골목길 풍경』(2006),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2008, 전 2권),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2010, 전 2권), 『기계가 된 몸과 현대 건축의 탄생』(2012), 『유럽의 주택』(2014),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2013), 『광야와 도시』(2017), 『극장의 역사』(2018), 『피라미드의 문』(2021) 등이 있다.
1부 조선시대 전통건축 1394~1880
1장 한양 천도와 태조의 건축 활동
조선시대 한양 이전의 서울
서울의 탄생 – 조선 건국과 한양 천도
한양 1호시설 - 종묘와 사직단
경복궁 창건 – 유교 형식미를 통한 사회질서를 세우다
태조(재위 1392~1398)의 건축 활동 개괄
서울 한양도성과 남산 봉수대 – 돌쌓기 미학의 정수
사대문과 보신각 – ‘인의예지신’의 유교정신을 구현하다
정릉과 흥천사 – 왕릉과 원찰의 짝
문묘 – 조선유교 건축 교과서 요약본
2장 태종과 세종의 건축 활동
태종 대(재위 1400~1418)의 건축 활동 개괄
창덕궁 창건 – 경복궁을 부정한 ‘변의 미학’
종묘 형식의 정립 – 정전에 익실을 더해 ‘ㄷ’자로 만들다
경회루 건립 – 주역의 원리를 구현하다
경회루와 종로를 이어 한양 내 물길을 정비하다
세종 대(재위 1418~1450)의 건축 활동 개괄
종묘 영녕전 창건과 ‘조묘–제천’의 확립
서울 한양도성 개보수와 무악동 봉수대 설치
경복궁 중건 – ‘화’의 미학을 더해 예치정신을 완성하다
경복궁 중건을 통해 애민정신과 ‘평’의 미학을 구현하다
3장 문종 이후( 1 )‐궁궐, 왕릉, 종묘, 서울 한양도성
‘문종~고종 전반부(1450~1880)’ 사이의 한양 건축 개괄
문종 이후 한양의 5대 궁궐 약사
창경궁 창건 – 여성들의 궁궐, 자유롭고 은밀한 공간 구성
창덕궁 정비 – 후원을 완성하다
경복궁 중창 – 왕실과 나라의 권위를 바로 세우다
왕릉 건축의 구성 요소 – 홍살문, 참도(신로와 어로), 정자각(정청과 배위청)
‘길의 미학’이 빼어난 왕릉 – 최고의 도시공원
종묘의 확장 – 정전의 압도적 수평선과 영녕전의 덩어리미학
서울 한양도성 증개축 – 돌쌓기의 미학을 완성하다
4장 문종 이후(2)‐관아, 사찰, 일반 한옥, 왕실 한옥
관아 건축(1) – 삼군부, 모화관, 영은문
관아 건축(2) –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군기시 터
서울 사찰 건축의 현황
왕릉을 지키던 원찰 두 곳, 흥천사와 봉은사
흥천사 – 용머리 장식과 공예미학
봉은사 – 서울 시내에서 산사 삼문의 구성을 갖춘 유일한 사찰
화계사 – 소품이 뛰어난 도심형 사찰의 모범
보문사 – 궁궐 여성들이 찾던 비구니 사찰
일반 한옥과 재사의 현황
이승업 가옥, 김진흥 가옥, 도정궁 경원당, 윤보선 가옥, 한규설 가옥, 창녕위궁 재사
왕실 한옥을 대표하는 고종의 잠저 운현궁
연경당과 낙선재 – 궁궐 내 살림집
2부 근대기 1880~1990
5장 1차 전환기(1880~1907)‐개항과 서양 건축의 등장
일반사에서 1차 전환기의 의미 – 전통시대에서 근대기로
서울건축사에서 1차 전환기의 의미 – 우리가 주체가 되었던 근대 도입기
건물 차원에서 1차 전환기의 구체적인 내용 – 전통 공간에서 서양식 공간으로
6장 근대 형성기(1880~1945)‐고종의 건축 활동
고종의 근대화 의지와 건축 활동 - 서양 건축을 가장 먼저 시작하다
독립문과 독립관 – 영은문과 모화관을 넘어 독립 의지를 천명하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과 대한의원 본관 – 고종의 동도서기론과 궤를 같이하다
우정총국과 황학정 – 전통 건축으로 민족정신을 고취하다
탑골공원, 장충단, 뚝섬수원지 제1정수장 – 경성을 근대적 대도시로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전 – 궐 밖 시민 품에 지은 또 하나의 궁궐
고종 어극 40년 칭경 기념비전 – 또 하나의 작은 도시공원
덕수궁 건설 – 대한제국과 광무개혁의 산실
7장 근대 형성기(1880~1945)‐서양 세력의 진출과 서양 역사주의 양식의 정착
근대 건축 형성기의 4대 서양 세력
서양 공사관 건축 – 각국의 전통 양식 전시장
프랑스 가톨릭 건축 – 19세기 유럽 중세주의의 향연
미국 개신교회 건축 – 19세기 영국 빅토리안 고딕
선교사학의 출범과 배재학당 동관 – 르네상스 양식과 영국 저택 양식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 영국 컨트리하우스와 표준화
영국성공회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구세군 중앙회관
서양식 주택 – 배화여고 생활관, 한국기독교 장로회총회 선교교육원, 딜쿠샤
8장 근대 형성기(1880~1945)‐일제강점기의 경성 건축
일제강점기 건축의 역사적 해석 – 5단계를 거쳐 인류애로 나아가기
순종 대의 건축 – 공업전습소 본관, 서대문형무소, 광통관, 창경궁 식물원
유럽 역사주의 – 고전주의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양식
1930년대 전체주의 양식 – 극우 제국주의 건축으로 국민을 억압하다
9장 근대 형성기(1880~1945)‐일제강점기의 항일 민족건축
항일 문화운동 개괄 – 종교, 교육, 언론을 통한 비폭력투쟁
항일 민족건축 개괄 – 건물을 짓는 일만으로도 문화투쟁이 될 수 있다
종교계의 항일 민족건축 – 천도교 봉황각과 불교 조계사
교육계의 포괄적인 항일 민족건축 – 서북학회, 중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10장 2차 전환기(1945~1960)‐해방공간과 1950년대
폐허 속 서울건축의 전환성 – 근대화의 씨앗을 뿌리다
2차 전환기의 네 가지 전환성과 여섯 가지 건축 현상
일제 잔재의 청산과 정치 공간으로서의 건물
서양 전통 건축의 연속 현상 – 개신교회
서양 전통 건축의 연속 현상 – 사립대학교
근대 건축의 씨앗을 뿌리다 – 일반 콘크리트 건물의 등장과 작가주의의 탄생
골목길의 초기 토대 – 근대 서울을 건설한 중산 서민의 주거 건축
11장 근대 완성기(1960~1990)‐국제주의 양식과 고도성장의 신화
새로운 생활 공간의 수요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끈 근대 건축
박스형 육면체 – 생산적 증오에 기반한 압축 근대화의 돌격대
국제주의 양식의 두 가지 모델 – 중저층 백색 빌라와 고층 건물의 커튼월
백색 빌라 모델의 완성 – 건국대학교 도서관과 서강대학교 본관
백색 빌라 모델의 확산 – 연세대학교 백양관과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
고층 건물 – 커튼월 모델 가톨릭회관, 유네스코회관, 삼일빌딩
근대 건축 2세대 – 남산도서관과 YMCA 회관
어린이회관, 삼성본관, 현대빌딩, 을지한국빌딩 – 근대적 대도시 서울을 이끌다
대형 공간의 탄생 – 고도성장의 상징, 대우센터빌딩
세운상가 – 강북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주상복합 건물의 원조
장충체육관과 순복음중앙교회 – 장스팬의 단일 원형 공간
남산 서울타워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 수직 대형 공간과 수평 대형 공간
12장 근대 완성기(1960~1990)‐작가주의, 형태주의, 공간주의
개인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형태미학의 시대
김중업 – 국제주의 양식과 형태주의 사이에서
김수근 – 구조주의와 공간주의
이희태 – 재료구성주의와 한국적 모더니즘
작가주의 1세대의 건축 경향 – 형태주의, 구성주의, 국제주의 양식
신기념비주의 – 대형 공공문화시설로 전통논의를 이끌다
남산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86 서울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 구조미학을 발휘할 드문 기회
서울종합운동장 – 라멘 구조를 이용한 형태주의
올림픽공원 – 특수 구조와 라멘 구조의 조화
3부 현대기 1990~
13장 3차 전환기(1990~2000)‐현대 다원주의를 향한 첫걸음
후기산업사회와 다원주의 - 세 번째 전환기를 이끌다
IMF 사태의 극복과 건축가의 세대 교체 - 세계화의 흐름을 이끌다
3차 전환기의 다섯 경향 – 현대기의 씨앗을 뿌리다
14장 현대기(2000~)‐도시주의의 탄생
독립 오브제에서 도시건축으로 – 도시주의의 다섯 가지 주제
열린 공간으로 도시와 소통하다 – 등뼈형 공간
도시 외부 공간의 길을 건물 안으로 들이다
중정형 공간 – 안마당까지 공간을 더 열다
출입구 형식화 – 도시를 향해 예절을 갖춰 인사하다
도시재생과 리모델링 – 시간의 공간화와 고쳐 쓰기의 미학
오래된 산업시설을 살려 쓰다 – 명품 도시의 조건
일제강점기 건물의 리모델링 – 문화시설로 승화시켜 식민 역사를 극복하다
인간을 위한 도시 – 공간 인프라의 발전
15장 현대기(2000~)‐다원주의와 건축적 순도의 문제
탈근대시대에 건축의 기본다움을 고민한 다섯 경향
건축의 기본요소, 구조 – 한 단계 발전한 구조미학
건축의 기본요소, 공간 – 길과 여정, 다락방, 뒤집힌 공간
건축의 기본요소, 형태 – 도형기하주의, 사선, 삼각형
축조성과 육면체 각색 사이
다원주의 시대의 비정형 – 곡면 자유 형태
다원주의 시대의 비정형 – 분산적 사선과 수정체
다원주의 시대의 비정형 – 소형 입체 쌓기
16장 현대기(2000~)‐구성미, 스키니즘, 포스트모더니즘
구성 분할, 표피 장식, 재료미학 – 구성미의 여섯 경향을 이끈 3대 주제
자본주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 소비상업주의, 대중주의, 표피조작
구성과 표피주의 – 분할, 혼성, 장식
패션 장식화 경향 – 건물을 패션화해서 상업자본주의에 부응하다
포스트모더니즘 – 상업장식, 고전장식, 색과 팝
재료와 파사드 – 모듈 요소를 반복해서 유동주의를 구현하다
17장 현대기(2000~)‐후기산업사회와 자본이 주도하는 건축
자본의 논리가 건축가의 창의력을 압도하다
고층 건물의 변화 – 표피주의와 형태주의
상업 공간과 소비상업 양식의 문제 – 서울 현대 건축의 반성 지점
후기산업사회와 대형 공간 – 도시 경관을 이식하다
건축설계시장의 세계화와 외국 건축가의 활약
18장 현대기(2000~)‐공공 영역과 고전의 역할
강화된 공적 개념을 담아내야 하는 과제 – 공공 건축의 세 가지 주제
새로운 관공서 양식 – 열린 공간과 구성 분할
전통논의와 신기념비주의 – 분리되고 변화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다
서양 고전주의 – 금융권 건물, 대학교 건물, 관공서 청사
629년에 이르는 서울건축을 통사로 엮어,
도시 공간의 변천과 사회문화사를 한눈에 조망케 하는 탁월한 저작
조선의 한양, 대한제국의 한성,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경성, 대한민국의 서울에 이르기까지, 서울은 실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 왔다. 어떤 이에게 서울은 근사한 대도시의 모습으로, 어떤 이에게는 한국전쟁 직후 폐허의 모습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화면 너머로 고풍스러운 궁궐이 넓게 펼쳐진 모습으로 기억된다. 오늘날의 서울은 지난 시대의 면면을 모두 품고 있다. 도시를 거니는 것만으로 고즈넉한 조선시대의 한옥 처마를, 붉은 벽돌로 쌓은 개화기의 서양 고전주의 양식 출입구를, 균일하게 따라 지은 전후의 콘크리트 육면체를, 높다랗게 뻗어 올린 근대기의 고층 빌딩을, 독립 오브제로서 개성을 드러내는 현대기의 건물들을 눈 안에 담을 수 있다. 『서울건축사: 건축으로 읽는 629년의 사회문화사』는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부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서울에 남아 있는 문화재와 건축물을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의 변천, 서울건축사의 흐름을 통사로 엮어 한눈에 조망케 한다.
서울의 건축 역사는 주요 변화 시점마다 각각의 전환기를 겪으며 다음 단계의 새로운 건축으로 발전했다. 저자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각 시대의 전환기적 상황과 새로운 건축 현상을 ‘전환성’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여 조선시대에서 개화기로, 일제강점기에서 해방공간으로, 근현대기에서 현대기로 이어지는 전환기를 중심으로 각 시대를 풀어냈다. 1부 ‘조선시대 전통건축 1394~1880’에서는 518년에 이르는 조선시대를 거대한 독립적 역사 단위로 집합화하여 역사성을 부여하였으며, 조선의 도읍지였던 점을 도시건축으로 증명하여 서울의 뿌리에 해당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2부 ‘근대기 1880~1990’에서는 개화기로 급변하던 1차 전환기와 해방 이전까지의 근대 형성기, 혼란이 가중되던 해방공간에서의 2차 전환기와 경제개발이 두드러졌던 근대 완성기로 각 시기를 구분하여 역사, 사회, 도시건축, 공간 등의 다양한 주제어를 통해 역동적으로 진행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소개했다. 저자는 그동안 다소 부족하게 다루어졌던 고종의 건축 활동과 일제강점기하의 민족건축에 주목하며, 우리의 역사 정체성과 건축 활동의 주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근대기 후반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에서 시작한 지각 근대화를 이끈 핵심 시대로 보고,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완성한 근대 건축이라는 긍정적 측면에 중점을 두면서 국제적 표준 양식이 완성되는 단계, 건축가 개개인의 작가주의가 꽃피는 단계로 나누어 짚어냈다. 3부 ‘현대기 1990~’에서는 근대 완성기에서 본격적인 현대기로 넘어가는 3차 전환기, 도시주의와 다원주의,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산업사회의 흐름 등을 소개하며 현재 진행 중인 현대기 건축을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다소 큼직큼직한 주제로 다루었다. 근대기에 이룬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사회와 건축 모두에서 개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분화과정 및 구체적인 결과를 추적하고 해석하며, 분화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시대적 의미를 정의하여 해석할 만한 주제를 추출하여 현대기의 시대성을 정의했다.
시대별 서울을 대표하는 400여 채의 건축물과 450장에 달하는 사진 자료,
20세기 서울 도시건축 기록사진과 QR코드로 읽는 답사용 온라인 지도까지
『서울건축사: 건축으로 읽는 629년의 사회문화사』는 저자가 평생을 함께해온 도시 서울의 시대별 면면을 살피고 분석하여 엮어냈다는 점에서 한 인물이 평생을 경험하여 구성해낸 ‘도시건축 여행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을 위해 약 2천 채에 달하는 건물을 답사, 취재하여 최종적으로 약 400여 채를 등장 건물로 선별했다. 사대문 내에 자리한 궁궐들과 종묘, 도심 속에서 잠시 쉬어갈 공간이 되어주는 왕릉과 사찰, 고종이 구현해낸 근대 도시공원인 탑골공원, 붉은색 벽돌로 유럽 중세 양식을 선보인 명동성당과 정동교회, 서양 고전주의를 구현해낸 각 대학교의 건물들,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이끈 박스형 육면체 건물들, 근대 기술의 승리를 드러내며 높이 뻗은 삼일빌딩, 주상복합 건물의 원조 격인 세운상가, 대형 원형 공간을 대표하는 장충체육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남산 서울타워, 군사정부의 권위를 과시하듯 큰 규모로 지어진 남산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 다양한 특수 구조를 서울건축에 선보인 올림픽공원 내 체육관들, 외부 공간의 길을 내부로 들인 동숭동 문화공간, 도시재생사업으로 재탄생한 선유도공원, 식민 역사를 문화시설로 극복한 서울시립미술관, 구조미학을 드러내는 각종 체육시설과 공공교통시설, 화려한 표피주의를 입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 곡면 자유 형태가 인상적인 새문안교회, 입체 쌓기가 구현된 공그로트와 테티스, 움직이는 듯한 유동주의 외관의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도시의 경관을 공간으로 품은 숭실대학교 조만식기념관과 웨스트민스터홀, 외국 건축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공공 영역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을 드러내는 금천구청과 마포구민 체육센터 등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소개된 건축물들은 629년간 서울의 도시건축을 이끌어왔고 현재 서울이 있게 한 주역들이며 서울의 뼈대를 이루는 건물, 작품성과 대표성을 띠는 건물이라 할 만하다. 이와 관련하여 450장에 달하는 사진 자료를 수록해 실제 답사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더했다.
이 외에도 20세기 서울건축의 변천을 살필 수 있는 ‘서울 도시건축 기록사진’을 부록으로 구성하여 아카이브의 가치를 높였다. 1900년대 광화문 앞 풍경부터 일제강점기의 경성 시가지, 한국전쟁 직전의 서울 전경,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각종 토목공사 현장, 여의도와 잠실 일대에 개발되었던 아파트 단지까지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냈다. 또한 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물들의 주소 목록을 함께 수록하였으며, 답사용 온라인 지도를 구성하여 QR코드로 언제든 ‘서울 도시건축 여행’에 나서도록 제안했다. 이 책은 629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서울건축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천을, 더하여 대한민국의 변천을 하나의 실로 엮어냈다는 점에 특히 의의가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 공간인 서울에서 펼쳐진 건축 풍경이 독자들을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확신한다. 서울건축과 서울의 역사가 전개되어온 과정, 나아가 한국건축과 한국의 근현대사가 이어져온 과정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